"내로남불 민주당에 절망"한 금태섭의원
결국 금태섭 전 의원은 민주당을 떠납니다.
금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언행 불일치"라며고 비판하고 지난해 12월 공수처 법안에 기권표를 던졌습니다. 이로 인해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고, 4·15 총선에서 지역구 서울 강서갑 공천 경선에서 탈락했습니다. 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5월 당론 반대 표결을 이유로 금 전 의원에게 경고 처분을 했고, 금 전 의원은 곧바로 재심을 청구한 전력이 있습니다. 건강한 비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여긴 금태섭 전의원은 오늘 21일 결국 민주당을 떠난다고 선언했네요!
민주당을 떠납니다.
공수처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고 재심을 청구한 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당 지도부가 바뀐 지도 두 달이 지났습니다. 그간 윤리위 회의도 여러 차례 열렸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토론도 없었습니다.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당의 판단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성실히 분석하고 고민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어떻게 해야 가장 욕을 덜 먹고 손해가 적을까 계산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제가 떠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징계 재심 뭉개기'가 탈당 이유의 전부는 아닙니다.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습니다. 국민들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서슴지 않는 것은 김대중이 이끌던 민주당, 노무현이 이끌던 민주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편 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거기에서부터 우리 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했던 주장을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의 행태가 나타납니다. '우리는 항상 옳고, 우리는 항상 이겨야'하기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고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여깁니다.
이런 모습에 대한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힙니다. 여야 대치의 와중에 격해지는 지지자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면서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하는 모습에는 절망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저의 책임도 큽니다. 정치적 불리함과 인간적으로 견디기 힘든 비난을 감수하고 해야 할 말을 하면서 무던히 노력했지만, 더 이상은 당이 나아가는 방향을 승인하고 동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항의의 뜻으로 충정과 진심을 담아 탈당계를 냅니다.
독일의 정치학자 칼 슈미트는 "정치는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이라는 얼핏 보기에 영리한 말을 했지만, 그런 영리한 생각이 결국 약자에 대한 극단적 탄압인 홀로코스트와 다수의 횡포인 파시즘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까지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집권여당이 비판적인 국민들을 '토착왜구'로 취급한다면 민주주의와 공동체 의식이 훼손되고 정치에 대한 냉소가 더욱더 판을 칠 것입니다. 탄핵을 거치면서 보수, 진보를 넘어 상식적인 세력들이 협력하고 경쟁하는 정치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음에도 과거에만 집착하고 편을 나누면서 변화의 중대한 계기를 놓친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정치는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 아닙니다. 우리 편이 20년 집권하는 것 자체가 정치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될 수도 없습니다. 공공선을 추구하고 우리 사회를 한 단계씩 더 나아지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선의를 인정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한 일이라도 옳은 것은 받아들이고, 스스로 잘못한 것은 반성하면서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나갈 때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게 됩니다. 특히 집권여당은 반대하는 사람도 설득하고 기다려서 함께 간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1987년 대선 때 생애 첫 선거를 맞아 김대중 후보에게 투표한 이래 계속 지지해왔고, 6년 전 당원으로 가입해서 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등 당직을 맡으며 나름 기여하려고 노력했던 당을 이렇게 떠나게 되었습니다. 민주당에 있는 동안 고마운 분들도 많이 만났고 개인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일한 분들께 마음속 깊이 감사드립니다. 민주당이 예전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활기를 되찾고 상식과 이성이 살아 숨 쉬는 좋은 정당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모든 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금태섭의원 페이스북 입장 전문
건강한 비판도 있어야 건강한 당이 될텐데 금태섭, 표창원 등 바른 소리하던 정치인들이 정치를 떠나는 모습에서 우리나라 정치의 어두운 현실이 드러나네요.
프로필(f.나무위키)
금태섭 전 의원은 안철수와의 친분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지만 이후 정치적 입장 차이로 인해 안철수와 사이가 멀어졌습니다. 2015년 '이기는 야당을 갖고싶다'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안철수를 비판하는 내용을 적어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금태섭 전 의원의 행적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민주당 내에서 현재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공수처 설치에 반대했다는 것입니다. 공수처를 반대하는 이유는 과거 특별감찰관제도의 실패를 보면서 공수처도 비슷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랍니다. 과거 특별감찰관제도도 정치권이 분열되면서 여당과 야당 간에 상당한 정치적 거래가 이루어져서 간신히 통과되었지만, 도입 이후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는 것을 한 번 경험했기 때문에 공수처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금태섭 전 의원은 검찰이 수사권을 독점하는 강력한 권력을 가진 현 상황에서 공수처가 신설되어도 결국 공수처의 수사담당인사는 검찰에서 좌지우지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태섭 전 의원은 공수처가 검찰과 정권의 유착관계를 더 심화시킨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수처를 통제하는 권한은 대통령이 가질 수밖에 없고 이는 정권이 공수처를 이용해서 검찰을 더욱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고 판단하고 있지요.
조국 전 장관과의 관계도 화제거리입니다.
조국 전 장관과는 서울법대 박사 과정 재학 당시 그의 지도교수로 사제지간이였습니다. 하지만 2019년 9월 6일, 조국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후보자를 언행 불일치와 청년 세대의 상처, 동문서답, SNS 활동, 편가르기 등을 언급하며 비판하여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 및 조국 지지자들의 타겟이 되기도 했습니다.
건강한 민주당이 되기 위해서는 건전한 비판이 수용되어야한다고 봅니다.
한국 정치의 문제는 인물 중심의 교조화인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무슨 교주입니까?
정당내에서 무조건적인 찬성, 무조건적인 반대만이 받아들여진다면 사이비종교집단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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